종종 중국 숏폼 드라마에 대해서 들었었다. 한 번 보게 되면 끊을 수 없어서 결국 결제까지 한다는 거다. 전개가 엄청 빠르고 드라마에서 말하는 자극적인 요소들이란 요소들은 모두 등장한다고 한다.
궁금했지만, 자극적인 요소들이야 뻔하니까. 그리고 내 피드에 뜨지도 않고, 자극적인 중국 드라마는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.
그런데, 내가 드디어 이번 주말, 그 도파민이 폭발한다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.
중국 드라마는 아니고 중국 드라마를 한국인들이 다시 연기한 드라마 ‘안녕, 오빠들’이다.
진짜 소문처럼 한 번 시작했더니 무료로 공개된 11편까지 빠져들어 보게 됐다. 12편부터는 결제란다. 하지만 결제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. 요즘 결제한 플랫폼들이 너무 많기도 했고, 결제할 정도로 내가 보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. 그래서 그 뒤의 내용은 틱톡에 올라와 있는 짧은 영상들을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.
숏폼 드라마는 무서웠다. 소문처럼 정말 순식간에 빠져들어 보고, 또 비슷한 드라마가 있는지 찾아보게 했다. 이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다.
어쨌든, 일반 드라마로 치면 20부 정도 되는 내용을 그 중 포인트가 되는 부분들, 반전이 있고 자극이 있는 내용들만 뽑아서 만든 드라마가 같았다.
부자집에서 잃어버린 여동생 대신 보육원에서 여동생을 입양하고 그 여동생은 세 오빠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데, 어느 날 친 여동생이 나타나고 가족들은 입양된 여동생을 외면한다. 친 여동생도 오빠들 몰래 입양된 여동생을 괴롭히는데 알고 보니 입양된 여동생이 친 여동생이었다는 내용. 결말은 좀 의외긴 했지만, 이게 숏폼 드라마의 특징 같았다. 엉뚱한 결말도 괜찮은 것.
숏폼 드라마는 제작비로 1-2억 정도가 사용되고, 촬영 기간은 촬영부터 마무리까지 한 달 내외로 제작된다고 한다. 그렇기 때문에 의외의 결말도 상관없다. 비슷한 내용의 다른 드라마를 만들면 되니까.
찾아보니, 같은 내용을 한국의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것도 있었다. 한 드라마를 배우만 바꿔 볼 수 있는 것이다.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. 같은 내용의 드라마인데 내가 배우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보고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. ‘폭싹 속았수다’를 아이유가 아닌 박보영이, 박보검이 아닌 추영우가 연기한 버전을 볼 수 있는 것이다.
물론 숏폼은 제작 비용 때문에 유명한 배우를 쓰기는 힘들겠지만, 이렇게 숏폼 드라마만 찍은 배우가 나타난다면, 또 다른 영역을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. 오랜 시간 이것 저것 덕질을 해 온 나의 촉이 그렇다.
아무튼, 숏폼 드라마는 웹툰, 웹소설의 실사판 같다. 매우 흥미로웠고,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인 것 같다. 숏폼 드라마 시장이 가장 큰 곳이 미국이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.
하지만 지금 내가 빠져들기에는 좀…. 보고 싶은 콘텐츠가 그렇게 많진 않다.